progress's Blog
서영이네

처보 《예산춘추》의 표지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토요일도 출근을 해야만 했다. 벌써 두 주째 끌고 있다.
결재 라인을 따라 올라가는 과정에서 수 없이 많은 수정을 거치다보면
본래의 디자인 의도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다지 재미 없는 표지만 남게 마련이다.

어느 정도의 권한이 있으면 내 선에서 해결해버리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토요일에 사무실에 나와
업체에 맡긴 표지 디자인은 둘째 치고
스스로 디자인을 이리저리 해보다가 
결국 집어치우고 사무실을 나오던 길.


머리를 식힐 겸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뿌리와 새싹" 헌책방을 들렀다.
신촌역(기차역) 근처라 2호선 신촌역과 이대입구의 중간 쯤에 자리잡고 있다.
상업용 건물이 아닌 단독주택 건물이라 처음 찾는 이들은 약도가 없으면
참 찾기 힘든 곳이다. 

오 마이 갓.
TeX 사용자가 토요일 오후 헌책방에 가서 하필 Knuth의 책을 발견하다니.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 vol.1: Fundamental Algorithms 3rd. Ed.을 발견했다. 1997년에 나온 책.


나는 이 책을 읽을만한 실력이 없다. 흥미도 없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골랐다. 책 내용이 문제가 아니리라.
Knuth의 책이니 고른게다.


7천원.

헌책방에서 책을 사면서 뿌듯한 순간 중의 하나이다.


《대도오》는 좌백이 지은 소위 신무협소설이다.
1995년인가 96년인가 세 권짜리로 나왔다고 한다.
그후 2004년에 시공사에서 세 권을 묶어 한 권 짜리로 나왔다. 800쪽 정도로 두껍다.

《남자이야기》는 《대도오》를 권가야가 그린 만화인데 10권까지 나왔고 아직 덜 끝났다.
1998년경부터 아이큐점프인지 영점프인지에서 연재했다.
"대도오"라는 하급무사가 철기맹의 흑기당, 그중 제5향 풍자조 조장으로 들어오면서 펼쳐지는 무협 얘기이다.

만화와 원작은 내용이 같으면서도 조금 다른데...
원작의 배경이 오래 전 중국이 배경이라면
만화는 지구의 먼 훗날, 과학이 아주 발달된 나머지 모두 멸망하고 신식무기는 사용할 수 없고 구식무기(검, 도, 철퇴, 도끼 등)만 사용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였다.
그럼에도 원작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아주 짜임새 있게 그렸다. 

예를 들어 서로를 존경하는 구륜교 하향월과 철기맹 안소가 술잔을 기울이며, 하향월이 안소에게 "길을 터줄테니 당신의 부하 두 명의 목숨을 달라"고 하는 장면. 안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함을 치는데 이미 두 명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으며 하는 말.


아들이 한놈 있습니다. 남자란 적극적으로 죽음을 모색해야할 때가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아서라...
눈물을 먼저 보이는 여자완 달리
남자는 가슴이 먼저 울고 다음에 어깨가 운다.
그리고 더디게 눈물이 나고 쉽게 마르지 않는다
여기 오랫동안 울음을 잊고 있던
안소의 가슴이
부하의 의로운 죽음 앞에서
잊었던 눈물을 쏟아 놓고 있다. 



 

원작에는 없지만 만화에는 들어있는 대목.
권가야의 그림과 글이 빛나는 순간이다.

게다가 그림도 매우 잘 그렸다. 무술을 겨루는 부분이나 말을 타고 싸우는 부분이나 아주 인상적이고 거침없다.

이 만화를 처음 볼 때가 내 나이 스물 여섯이나 일곱쯤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남자란? 하고 속으로 물으면서 몹시 피가 끓고 가슴이 뜨겁고 그랬던... 야성(?)을 자극하곤 했던 만화이다.

===

소설과 비교해보니 만화는 약 1/4 정도 진행된 상태인데 벌써 10권이다. 10권이 발간된 때가 2002년 6월인데 그 이후로 소식이 없다.
더 이상 만화는 나오지 않으려니 싶어 헌책방에서 5천원 주고 10권을 샀다.
시공사에서 나온 한 권짜리 소설도 이젠 더 이상 나오지 않으려니 싶어 6천원 주고 샀다.

30년 전 우리나라 인쇄 현황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자료이다.


인쇄 문화의 수준을 서양과 비교하면 기계 과정에서는 조금도 뒤지지 않는데 그 까닭은 너무나 분명하다. 인쇄가 앞서 발달한 독일과 미국과 일본의 기계들이 고스란히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판 과정은 이들 나라, 특히 서양의 어떤 나라들보다 뒤져 있으며, 심하게 말하면 세종 임금 때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는 이천자쯤의 원고가 제판되려면 적게 잡아도 세 사삶이 평균해서 두 시간씩의 품을 들여야하는데 서양에서는 한 사람이 20분쯤만 품을 들이면 된다. 이것은 서양의 제판 과정이 라이노타이프와 모노타이프 같은 타이프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데에 견주어 우리나라의 그것은 사람이 일일이 글자를 하나하나 골라내는 고려 시대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나라에서는 천년이 넘게 지켜져 오는 "손으로 하는 제판 과정"의 원시성이 인쇄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중략)
인쇄와 출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가 그런 제판 과정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를 잘 깨닫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고치지 못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한자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모든 인쇄 체제가 한자를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져 왔다.

1977년이면 Knuth 교수가 컴퓨터 조판 프로그램인 TeX을 발명하기 위해 애쓰던 때이다.
우리나라도 이 시기에 전산조판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방면에서 애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

===

뒤편에 붙은 광고도 스캔해보았다.

고투 40년

분류없음 2009/05/29 17:29 by progress



며칠 전 범우사에서 《고투 40년》을 주문하였다. 항상 "고투사십년"이라 발음하다가 "고투 40년"이라고 아라비아 숫자로 써진 책을 보니 참 낯설다.


===

이극로-고투40년-범우사-2008.pdf

그런데… 이극로 선생의 호는 '고루'로 알고 있었는데 표지를 넘기니 책날개에 호가 '고투古鬪'라 되어있는 거다. 오자인줄 알았더니만, 본문을 넘기는 족족 '고투 이극로'로 기재되어 있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내가 대학 때 읽은 《古鬪四十年》에 분명히 '고루 이극로'라 되어 있었는데….

한글학회 홈페이지에 가보니 내가 알고 있는대로 '고루 이극로'로 되어 있다.
전의이씨 인명사전에도 '고루 이극로'라 나오고
동숭학술재단 소식지 제10호[각주:1]에도 '고루 이극로'라 나온다. 

그래서 범우사 편집부에 전화하여 어찌된 영문이냐 물었더니
실은 자기네가 편집한 게 아니고 '발간에 부쳐'를 쓴 백제예술대학 김정숙 교수가 교정/교열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극로 선생의 손자도 별말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범우사에서 자세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호를 잘못 붙인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했더니
다음판을 펴낼 때는 '고루'라 표기하겠노라고 답변을 받긴 했다.

===

그와는 별개로,
나도 오늘까지 '고루'를 '孤淚', 즉 '외로운 눈물'로 알고 있었는데
'골고루'의 뜻이라고 한다.
  1. 공교롭게 이 소식지에 통문관 주인 '산기 이겸로' 선생이 나오는데, 이 분도 이극로 선생과 마찬가지로 전의이씨라 한다. [본문으로]

최근 책장 모습

책 이야기 2009/05/20 21:45 by progress

사무실 의자 바로 뒤에 있는 4단 책장에서 세 번째 단을 찍어봤다. 회전의자에 앉아 찍으니 눈높이가 딱 3단이었다. 
책만 꽂아놓으면 뭐하나, 읽어야지. :(


왼쪽에서 두 번째 《古書解題》는 최근 미추홀도서관으로 이름이 바뀐 인천광역시 시립도서관에서 2008년에 펴낸 것이다. 소장자료 가운데 235종의 한적자료를 추려 해제한 책이다. 수록된 자료에서 중고등학교 때 한번이라도 들어봤던 책으로
  • 고려사절요
  • 노계집
  • 대전통편, 대전회통
  • 분류두공부시언해
  • 시용향악보
  • 신편산학계몽
  • 악학궤범
  • 연암집
  • 오륜행실도
  • 이충무공전서
  • 통문관지
  • 해동역사
  • 흠흠신서

등이 눈에 띈다.

그 옆에 있는 《善本 古書 해제집 1, 2》는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에 소장된 고서 중 다른 기관과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간본은 가급적 배제하고 필사본 유일본을 중심으로 해제한 책이다.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에서 집필하였고 1집에는 간본과 필사본을 합쳐 54종, 2집에는 문집류, 시문선집류, 시화류, 국문시가류, 소설류 등 76종이 해제되었다고 한다.

===

이번에 사무실에 작은 변화가 생겨서... 옆 팀이 우리 팀으로 통합되었다. 그래서 사무실 재배치가 필요하다. 재배치하는 공사나 이사 과정에서 책이 다칠까 두려워 사무실에 있는 책을 집으로 조금씩 옮겨다놓고 있다.
특히 LaTeX 관련 외국서적은 구하기가 어려워 (사실 어려울게 무에냐. 돈만 주면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도 열흘 이내에 도착하는 요즘) 얼른 집에 가져다 놓아야하는데, 요 며칠 엉뚱한 책만 가져다놨다. 오랫만에 Digital Typography Using LaTeXDigital Typography가 사진에 등장하였다. 스프링으로 제본된 책은 The Joy of TeX이다. Leslie Lamport의 LaTeX: A Document Preparation System도 보이고.

===

책을 읽자!

하루에 한 쪽이라도.

선물로 받은 책

책 이야기 2009/05/20 21:11 by progress

창간을 앞둔 어느 디자인 매거진에서
창간 준비호를 내면서 앙케이트에 응모하면 추첨하여 선물을 준다고 했다.
앙케이트에 답하여 엽서로 보내면서 받고 싶은 선물에 체크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타이포그래피란 무엇인가》를 골랐는데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


5월에 창간호를 펴낸 이 잡지는 디플러스(D+)이다. (한국디자인문화재단)

옛날은 우습구나

책 이야기 2009/05/20 20:20 by progress


박대헌은 호산방 서점의 주인이다. 서울에서 호산방 서점을 운영하다가 1999년 강원도 영월의 한 폐교로 이사하여 영월책박물관을 열었다.

여러 가지 전시회를 열었는데 얼마전 포스팅 하였던 《책의 꿈, 종이의 멋》을 비롯하여 《철수와 영이---김태형 교과서 그림》《어린이 교과서 전시회》 등을 열었다.

지금 올린 《옛날은 우습구나》도 영월책박물관에서 전시되었던 것의 도록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도록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정성을 들인 책이다. 얘기인즉슨 이렇다. 어릴 적부터 만화가의 꿈을 안고 영월에 살았던 송광용 씨가 40년간 그림일기를 기록해왔다. 그중에 일부를 발췌하여 세 책으로 묶고, 나머지 한 책은 본문을 현대식으로 조판하고 간간이 그림을 끼워넣었다.

《옛날은 우습구나---송광용 만화일기 40년》
제1권: 만화가와 곱구나
제2권: 코리아 훈련병
제3권: 가시밭에 쓰러지다
별책부록(?) 재미있는
이렇게 4권이 한 세트이다. (제1권은 내게 없다.)

모두가 어렵고 뒤숭숭하던 시절에 잊지 않고 이렇게 운치있는 일기를 거르지 않고 기록해왔다는 것에 너무 놀랍다. 해가 갈수록 그림도 더 멋있어지고 호소력이 짙어지는 것 같다. 왼쪽 사진은 송광용 씨가 결혼하던 날의 쓴 부분이다. 전통혼례 장면과 처가가 있는 마을에서 동네 청년들에게 발을 묶여 발바닥을 맞는 장면을 그려넣었다. 저 세찬 몽둥이에 발바닥을 맞았으니 엄청나게 아팠을게다. 

전에 아버지께서 "개인의 삶이 모여 역사가 된다"[각주:1]고 하셨는데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

박대헌 씨가 영월책박물관을 뒤로 한 채 약 3년 전 서울로 돌아와 호산방을 다시 열었다. 호산방은 그리고 최근 파주출판단지로 이동한 듯 하다. 그 사이에 《古書이야기》가 열화당에서 출간되었다. 《서양인이 본 조선》《우리 책의 장정과 장정가들》에 이어 세 번째 책이다. 《古書이야기》를 두 권 사서 한 부는 아버지께 드렸다. 읽다 보니 영월책박물관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해당 지역 공무원과의 갈등 따위가 나오던데 매우 씁쓸했다.
  1. 다른이들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모으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본문으로]

소뿔농장 딸기체험

일상 2009/04/15 11:46 by progress

우리 큰누나와 큰매형이 운영하는 딸기농장이다.
나도 몰랐는데 벌써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딸기 체험도 신청받고.

큰누나가 양수리에 정착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9년이 되었다.

별총총 달휘영청 소뿔농장 홈페이지

http://www.sob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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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33년

책 이야기 2009/03/31 11:27 by progress
이 책은 한국출판판매주식회사 여승구 사장이 쓴 글 모음집이다.


그 중에 古書紀行 (1), (2)를 소개한다.


여승구 선생은 화봉책박물관의 관장이기도 하다. 이 박물관에서 열렸던 전시 가운데 《柵·책과 역사》의 도록은 소장가치가 있을 정도로 좋은 책이다. 우리 옛책의 많은 도판과 해설이 실려있다.

주시경 선생 전기

책 이야기 2009/03/31 10:56 by progress

단기 4293년 1월에 한글학회에서 펴낸 《주시경 선생 전기》이다. 한결 김윤경 선생이 글을 썼다. 본문은 모두 19쪽 분량이다.
 
7쪽 하단에서 인용한다.

7. 선생의 학설
선생의 학설 체계는 세밀한 분석에 있다 하겠다.
첫째, 소리의 분석이다. 선생의 연구가 발표되기 전에 "대한문전"(최 광옥, 융희 2년 1월. 유 길준, 융희 3년 3월 18일)이 발표되었으나 선생의 말소리에 대한 연구가 가장 처음으로 세밀히 분석되어 오늘날 국어학의 과학적 토대를 닦아 놓았다. 홀소리에서는 ㅑ는 ㅑ+ㅏ, ㅕ는 ㅣ+ㅓ, ㅛ는 ㅣ+ㅗ, ㅠ는 ㅣ+ㅜ, ㆍ는 ㅣ+ㅡ의 겹소리라 하였는데  가 가운데에 ㆍ를 ㅣ+ㅡ라 함만이 오늘 학계에서 부인되고 나머지는 다 선생의 창견대로 인정되었다. (이하 생략)

계속 읽다보니 주시경 선생이 "서북학교"와 "휘문의숙" 설립의 숨은 운동자라고 하는데, 휘문의숙은 내 모교인 휘문고등학교의 설립 초기 명칭이다. 또 글을 쓴 김윤경 선생은 대학 때 늘 뵙던 분이다. 물론 나의 대학시절과 김윤경 선생이 작고하신 지는 거의 25~30년의 시차가 있다. 내가 주로 공부하던 인문대학 1층에 김한결 선생의 흉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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